어느덧 2026년의 절반이 지나 7월이 되었다. 작년 8월에 입사한 후 연말까지는 시스템을 파악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던 것 같다. 알아야 할 모듈이 100개가 넘고, 그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입사 1년 차를 앞둔 지금, 그동안의 경험과 생각을 한 번쯤 정리해 볼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남긴다.

얼마 전 팀원이 개발실 내에서 AI 관련 발표를 시작하기 전 키키의 '404'를 소개했다. 노래 가사처럼 우리가 마주한 AI 시대는 기존 시스템의 궤도를 벗어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Keep on surfing"이라는 가사처럼 변화의 파도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흐름을 즐기며 나만의 좌표를 찾아가는 태도가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고민을 담아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다짐을 정리해 보았다.
1. 업무 돌아보기: 몰입과 시스템 이해
올해 상반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주어진 업무에 깊이 몰입하며 시스템을 이해해 나간 시간'이었다.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흥미로웠던 일은 자동화를 위한 커스텀 OS 제작 작업이었다. 기존에는 OS 부팅 과정을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건을 진행하면서 베어메탈 환경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부팅이 이루어지고 이후에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었다.
또한, 도메인 의존성 리팩토링 역시 기억에 남는다. 변경 범위가 워낙 넓어 크고 작은 이슈가 뒤따랐지만, 설계 단계부터 시작해 변경되는 핵심 모듈들을 직접 손보면서 전체적인 동작 흐름을 머릿속에 명확히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낯설고 새로운 업무의 연속이었지만,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많은 것을 배웠다. 무엇보다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지난 시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큰 자신감을 얻었다.
2. AI 시대, 엔지니어의 역할
솔직히 클라우드 팀에 배치받기 전까지는 이 분야에 큰 흥미가 없었다. 개발자 입장에서 클라우드는 결국 인프라일 뿐이고, 비즈니스 로직을 짜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고 재미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물론 취업 준비 시절 백엔드를 하며 자연스레 접했기에 큰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느낀 클라우드 분야는 내가 알던 개발과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달랐다. '주어진 문제를 코드로 녹여낸다'는 본질은 같지만, 우리 팀은 실제 물리 서버를 다루다 보니 변수가 굉장히 많다. 동일한 동작에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즉 '결정론적이지 않고 멱등성이 부족한' 상황을 종종 마주한다. 단순히 가상 머신을 할당받는 수준이 아니라, 베어메탈 장비에 직접 OS를 프로비저닝하고 마운트 포인트를 설정하며 시스템 부팅의 모든 과정을 제어하는 등 인프라의 가장 밑단부터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벤더사의 다양한 장비와 버전을 모두 호환되도록 만드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높은 난도의 작업이었다.
나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성향 탓에 처음엔 이런 변수들이 꽤나 힘들었다. 게다가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네트워크 온톨로지가 데이터 센터마다 다르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모듈 간 통신 경로를 뚫는 데만 두 달을 꼬박 고생한 적도 있다.
최근 클로드를 비롯한 AI의 발전 속도를 보며, 우리 팀에서도 커리어에 대한 화두가 자주 오른다. 특히 클라우드 분야는 AI로 인한 자동화의 위협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영역 중 하나다. 인프라 프로비저닝, 리소스 최적화, 모니터링 등 많은 클라우드 운영 작업들이 스크립트화를 넘어 AI에 의해 자동화되는 추세다. 단순히 가상 자원을 할당하고 아키텍처를 구성하는 역할만으로는 머지않아 AI에게 대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일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AI는 점점 더 복잡한 현실의 문제까지 해결하는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자율주행처럼 과거에는 인간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영역에서도 이미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를 구현하는 과정은 AI 모델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하드웨어와 펌웨어, 네트워크, 운영 환경, 그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수많은 변수들이 맞물려 비로소 하나의 서비스가 완성된다. 결국 시스템은 완벽하게 설계할 수 있지만, 그것이 동작하는 현실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모델의 성능만큼이나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운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앞으로의 경쟁력은 단순히 코드를 얼마나 잘 작성하느냐보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현실의 제약 속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현하고 운영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지난 1년 동안 내가 경험한 일들도 결국 그런 문제들과 맞닿아 있었다. 물리 서버를 운영하며 다양한 변수와 씨름했던 경험, 그리고 GPU 인프라처럼 AI가 실제로 동작하는 기반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경험은 앞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3. 앞으로의 목표와 다짐
1. '문제 해결'에서 '문제 정의'로, 주도적인 태도 갖추기
지금까지는 주어진 일을 기한 내에 빠르고 정확하게 완수하는 데 집중했다. 신입으로서는 당연할 수 있지만, 다소 수동적인 자세이기도 했다. 이제는 스스로 문제를 찾고 정의하며 해결을 주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AI 시대에는 단순한 구현보다 '무엇을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통찰력과 설계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본질적인 문제를 깊게 사고하고 파악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2. 팀 및 실 단위 발표 도전하기
개발 실력만큼이나 내가 만든 것을 잘 알리는 능력도 중요하다. 나보다 경험 많은 시니어들 앞에서 발표한다는 게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생각보다 다른 팀(심지어 같은 팀원조차)에서 어떤 작업을 하는지 자세히 아는 경우는 드물다. 완벽하게 준비하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내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발표 자리를 적극적으로 가져볼 생각이다.
3. 네트워크 인프라의 이해도 넓히기
현재는 랙 상단의 ToR(Top of Rack) 스위치와 그 위 계층에서 이뤄지는 통신 과정을 깊이 알지는 못한다. 노드 간 통신에서 발생하는 대역폭 문제나 네트워크 흐름을 더 정확히 파악하게 된다면, 인프라와 클라우드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4. 마치며
연말이 되면 이 세 가지 목표를 얼마나 실천했는지 다시 돌아보고 싶다.
AI의 발전 속도는 앞으로도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 흐름을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변화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나만의 방향을 찾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하반기도, 그리고 앞으로도.
Keep on surf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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