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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회고] 제약은 언제나 더 큰 감동을 위한 준비작업이다.

by gamxong 2025. 4. 21.

 

이 글은 2022년, 군 복무 중 느낀 생각들을 바탕으로 작성한 기록입니다.
앞으로의 삶에서도 그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기 위해 남겨둡니다.

 

 

제한: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그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음. 

 

보통 ‘제한’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많이 쓰인다. 사전적인 의미도 '어떤것을 못하게 막는다.'는 뜻이다. 그럼 제한은 정말 언제나 우리를 막는 걸림돌일까?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건축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설명해주는 책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건축가들의 고충이었다. 건축은 건축가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었다. 건축가는 건축주와 시공자, 여러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조율하고 협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경제, 정치, 문화, 기술 등 수많은 제한 속에서도 건축가는 그 안에서 최선의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때가 많다는 사실은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 ‘제한’을 기회로 삼아 훌륭한 건축물이 탄생한 사례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뉴욕의 ‘시티콥센터’다.
1970년대, 한 건축주가 자신의 땅과 옆의 교회 부지를 합쳐 초고층 빌딩을 짓고자 했다. 그러나 문제는 교회 측이 이사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건축가라면 난감해할 상황이었지만, 이 건축가는 미국의 '공중권(Air-right)' 법을 이용해 돌파구를 찾았다. 공중권이란 대지 비율상 건축할 수 있는 높이 중, 사용하지 않은 부분을 다른 이에게 양도할 수 있는 권리이다. 건축가는 교회 부지의 공중권만을 양도받아 교회를 존치한 채 건물을 위로 띄워 올렸다.
결과적으로 건물은 독특한 외관을 갖게 되었고, 1층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제한이 오히려 시티콥센터를 뉴욕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만든 것이다.

 

‘시티콥센터’의 건축 배경은 내가 가진 불만과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주었다.

군 입대 이후, 나는 내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하고 있었다. 매일 정해진 취침과 기상 시간, 제한된 자유시간, 체력단련 등 모든 것이 통제되는 환경이 암담하게 느껴졌다. 토익 공부나 대외활동으로 나의 역량을 계발하고 싶었지만, 시간도 공간도 부족해 불가능하다고만 여겼다.
지금의 나는 마치 시티콥센터 옆의 교회처럼, 군대라는 제약에 갇힌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시야가 달라졌다. 피할 수 없다면, 공중권을 활용하듯 제한 안에서 최선을 다할 방법을 찾자고 말이다.

 

돌이켜 보면, 지금껏 완벽히 원하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이뤄본 적은 없었다.
수능 전날엔 지진으로 인해 유례없는 연기가 있었고, 반수 당시엔 시간 부족으로 인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았다. 대학 시절엔 아르바이트와 병행하느라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제한은 언제나 있었고, 군대 역시 올해 생긴 또 하나의 제한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상황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방법을 찾고 실천해보자고 결심했다.

 

먼저 군대에 있으니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아서 자연스레 책과 친해질 수 있게 됐다. 22년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내 목표였던 취미 독서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도 휴식시간이나 자투리시간에 틈틈이 읽었던 책이다. 이전에는 주로 유튜브 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은 차분하게 책을 읽고 책의 구절들도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로, 사회에서는 하루하루 살기 바빠 충동적인 소비가 잦았는데 군대에서는 크게 돈 쓸 일이 없어 돈이 자연스레 쌓이게 되었다. 추석이나 설날에만 했던 저축이 요즘에는 생활화되었고, 쌓여가는 돈을 보면 흐뭇하고 뿌듯하여 군적금외에 따로 적금까지 들었다. 세 번째로, 입대하기 전에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운동은 하기 싫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군대에서 체력단련을 하다 보니 운동의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변화되는 내 상체를 보면 괜히 웃음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자기계발 시간도 가지게 됐다. 최근에 군대에서 질 좋은 컴활이나 토익자료를 무료로 지원해주어 내가 하고자 하는 공부를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대학교에 복학하면 다른사람에게 뒤쳐질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꾸준히 공부를 하다보니 이제는 자신감도 어느정도 붙은 것 같다.

 

지금까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하나씩 가능해짐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불평, 불만은 그저 떼쓰기에 불과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한다. 마치 주어진 현실을 극복하려는 노력 없이 투정만 부리는 아이처럼 말이다.

 

어떻게 보면 나도 건축가이다. 뉴욕의 ‘시티콥센터’를 설계한 건축가처럼 내 삶의 무수한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제한이 나를 더욱 성장하게 했다. 현재 나는 군대에 있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취미들이 늘어가고 자기계발에도 더 힘쓰게 됐다. 건설적인 취미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노력은 앞으로 내가 훌륭한 인생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새로 생긴 취미 덕분에 읽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가 군대에서의 마음 가짐을 바꾼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로 이 글을 끝내려고 한다. 

 

 “제약은 언제나 더 큰 감동을 위한 준비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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